'창의성의 컬트'가 주는 교훈
'창의성의 컬트'가 주는 교훈
새뮤얼 프랭클린의 『The Cult of Creativity』 통찰과 시사점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의 역사학자이자 디자인 연구자인 새뮤얼 프랭클린(Samuel Franklin)의 저서 『The Cult of Creativity』 (창의성의 컬트)에서 현대 사회가 숭배하는 창의성 이데올로기에 대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프랭클린은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창의성에 대한 믿음과 가정을 날카롭게 해체하며, 보다 균형 잡힌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의 논지를 바탕으로 얻을 수 있는 핵심 교훈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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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마존 |
1. 창의성의 역사적 맥락
오늘날 당연하게 여기는 창의성은 태곳적부터 존중받던 개념이 아니라, 냉전 시대를 거치며 과학기술 경쟁과 비즈니스 혁신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최근의 산물입니다. 프랭클린은 1950년대 이후 미국이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이것이 점차 전 세계적인 가치관으로 확산되었음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창의성에 대한 우리의 집착은 전후 냉전 시대의 지정학적 불안과 경제적 경쟁의 산물이다. 우리는 이를 보편적 가치인 양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실 이는 특정 시대와 장소의 산물이다."
역사적 맥락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창의성이 절대적 가치가 아닌 사회적 구성물임을 인식하고, 보다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2. 창의성 신화의 해체
창의성은 어느 순간 "무조건 좋은 것"으로 신화화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모두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 그늘도 존재합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 성공한다"는 식의 낭만적인 주장은 현실의 경제 구조와 불평등을 외면하게 만듭니다.
프랭클린은 특히 창의 산업에서 나타나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 과도한 경쟁, 불평등한 보상 체계 등을 지적하며, 창의성 담론이 어떻게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지 분석합니다. 그는 '열정 페이'와 같은 착취적 관행이 창의성 신화에 의해 정당화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조명합니다.
또한 창의성 담론이 주로 특권층의 경험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의 창의적 표현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창의성을 맹신하기보다 이러한 구조적 맥락 속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3. 창의력 교육과 측정의 한계
창의성은 단순한 기술처럼 훈련하여 끌어낼 수 있는 만능 열쇠가 아닙니다. 과거 개발된 토런스 테스트 등 표준화된 창의력 교육 도구들은 창의성의 일부 측면만 측정할 뿐이며, 오히려 창의성을 협소하게 정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프랭클린은 현대 교육계와 기업이 창의성 개발을 위해 도입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방법론—디자인 씽킹, 브레인스토밍, 마인드맵 등—이 어떻게 창의성을 단순화하고 도구화하는지 비판합니다. 그는 "창의성은 아무나 깨울 수 있는 잠재력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창의성 교육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합니다.
"진정한 창의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문화적이며, 관계적이다. 그것은 5단계 프로세스나 주말 워크숍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신 프랭클린은 의미 있는 창의적 작업을 위해 필요한 조건—충분한 시간, 실패의 자유, 다양한 경험과 관점, 물질적 안정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4. 창의성과 인공지능의 새로운 관계
AI 시대에 창의성 담론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이제 창의성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고민하면서, 인간 고유의 창의성이 무엇인지 재정의해야 합니다.
프랭클린은 책의 후반부에서 AI가 생성해내는 예술작품, 음악, 텍스트 등을 분석하며, 이것이 우리의 창의성 개념에 던지는 도전을 탐구합니다. 그는 AI의 등장이 오히려 인간 창의성의 핵심이 무엇인지—기술적 능력을 넘어선 의미 생성, 문화적 맥락 이해, 윤리적 판단 등—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봅니다.
"AI 시대에 인간의 창의성은 단순한 새로움이나 독창성이 아닌, 의미와 목적, 윤리적 방향성에서 그 가치를 찾게 될 것이다."
프랭클린의 관점은 우리가 창의성의 윤리적 활용과 목적의식에 더욱 집중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AI와 공존하는 미래에서 인간의 창의성은 기술적 혁신을 넘어, 보다 의미있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5. 협력적 창의성과 공동체적 가치
프랭클린은 서구 중심적인 개인주의적 창의성 모델을 넘어, 다양한 문화 전통에서 발견되는 협력적 창의성의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그는 개인적 천재성보다는 공동 창작과 지식 공유, 집단 지성에 기반한 창의적 과정에 주목합니다.
특히 일본의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철학,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 정신, 남미 원주민들의 공동체적 창작 전통 등을 탐구하며, 창의성에 대한 대안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지식 재산권, 창의적 성과의 분배, 협업의 가치 등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요구합니다.
"진정으로 혁신적인 사회는 소수의 '창의적 천재'를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의 창의적 기여가 인정받고 공유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프랭클린은 이러한 협력적 창의성 모델이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기후 위기, 사회적 불평등, 기술의 윤리적 사용 등—을 해결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결론: 창의성을 넘어선 가치의 재발견
『The Cult of Creativity』는 궁극적으로 창의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욱 풍요롭고 균형 잡히게 만들기 위한 시도입니다. 프랭클린은 우리가 창의성이라는 가치 하나에 과도하게 집착하기보다, 다른 중요한 가치들—지속가능성, 형평성, 연대, 배려 등—과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창의성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우리는 '얼마나 창의적인가'보다 '무엇을 위한 창의성인가'를 더 중요하게 물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더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합니다. 프랭클린의 연구는 이러한 창의성 숭배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발전해온 현상임을 밝혀줍니다. 창의성의 신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대신, 우리는 그 기원과 목적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창의성이 지닌 양면성—혁신을 통한 진보와 동시에 끊임없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주의적 측면—을 인식할 때, 우리는 더 균형 잡힌 관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국 창의성은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가치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통찰과 비판적 사고, 그리고 윤리적 감수성이 함께해야 합니다. 이것이 프랭클린의 책이 현대 독자들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깨달음입니다—창의성을 단순히 찬양하거나 거부하는 대신, 그것을 보다 심층적이고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지혜를 기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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