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아이들』 (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서평
『부서지는 아이들』 (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서평
저자 및 저술 의도
애비게일 슈라이어는 미국의 탐사 저널리스트이자 정책연구소 연구원입니다. 컬럼비아대,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포스트 등에 칼럼을 기고해왔습니다.
2020년 출간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10대 소녀의 성별 불쾌감 문제를 다뤄 미국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2024년에는 『Bad Therapy』(한국어판: 『부서지는 아이들』)을 통해 현대 육아와 아동 정신건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슈라이어는 수백 명의 부모, 교사, 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최우선으로 돌보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양육의 본질을 묻습니다. 저술 의도는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과도하게 보호하는 태도가 오히려 회복력을 빼앗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부모와 교육계에 반성과 경각심을 촉구하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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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아이들/YES24 |
핵심 주장과 주제
이 책의 중심 메시지는 “다정한 양육, 감정 우선주의가 아이를 망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슈라이어는 최근 미국의 교육과 가정 현장에서 훈육과 규율보다 감정 보살핌을 우선시한 결과, 아이들이 좌절이나 스트레스를 극복할 기회를 잃고 ‘연약한 괴물’처럼 성장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실제로 저자는 “혼내는 대신 이해하려 하고, 틀린 것을 말하지 않으며, 제재보다 배려를 택하는 교육은 해치지 않는 듯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의 회복력을 빼앗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육아 방식이 전 연령대에서 강화되면서, 아이들은 자립심 대신 “권리만을 주장하는 빈껍데기 어른”(self-centered ‘empty shell adult’)으로 자라고, 사소한 실패에도 쉽게 무너지는 ‘연약한 금쪽이’로 성장하게 된다고 저자는 경고합니다.
특히 이 책은 청소년 정신건강의 위기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슈라이어에 따르면, 현대 청소년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불안과 우울, 그리고 우울 장애를 겪고 있지만, 문제 해결책으로 더 많은 상담과 약물 처방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 결과 “정신건강 전문가의 전문적 지원 덕분에 우리는 어느 세대보다 외롭고, 불안하며, 우울하고, 무력한 세대를 길러냈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저자는 진단합니다.
이 책은 부모님과 교사분들께 감정 존중 양육의 ‘환상’을 비판적으로 성찰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자기애 문화”라고도 할 수 있는 자기중심적 태도가 길러지는 현실을 문제로 지적하는데요, 예를 들어, 아이를 다정하게만 대하면서 사소한 실수나 다른 사람을 배려할 기회를 빼앗게 되면, 아이는 “모든 실패를 부모 탓으로 돌리고, 자기 삶에 대한 개선 의지가 없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즉, 실패와 고통을 견디지 못하게 된 세대는 결국 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회복력까지 약화시킨다고 경고합니다.
주요 사례와 근거
슈라이어는 다양한 현장 인터뷰와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책에는 부모님, 교사, 학생분들의 실제 사례가 풍부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소아과 의사는 아이가 목욕할 때 눈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목욕 모자를 씌워주거나, 햄버거에서 참깨를 미리 떼어내는 등 과도한 보호 사례를 전하며, 이러한 극단적인 배려가 오히려 아이가 고통을 견디는 면역력을 기를 기회를 빼앗는다고 지적합니다. 이렇게 과보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나 특정 공포증을 호소하며, 작은 혼란에도 무기력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학교 현장 사례도 함께 소개됩니다. 슈라이어는 한 공립학교 교사의 고백을 인용하면서, “감정 존중은 이제 학교의 일상이 되었고, 교사는 아이의 기분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전합니다. 실제로 학생이 교사에게 욕설을 하거나 물건을 던져도 “정서적 배려”라는 이유로 제재하지 않고, 훈육 대신 상담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학교가 규범과 절제를 가르치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통계적 자료 역시 제시됩니다. 책에서는 12~25세 청소년의 항우울제 처방이 2016년부터 2022년 사이 66%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합니다. 치료 기회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과 우울 증세는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저자는 분석하며, “전례 없는 전문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느 세대보다 외롭고, 불안하며, 우울하고, 무력한 세대를 길러냈다”고 진단합니다. 또한 “Z세대의 약 42%가 정신건강 진단을 받아본 것으로 보고되었다”는 수치를 통해, 정신건강 전문가가 늘었음에도 청소년 정신건강의 역설이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통계와 사례를 근거로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외롭고 우울한 세대를 길러냈다”는 통찰을 전하며, 과잉보호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도 ‘금쪽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부서지는 아이들』이 다루는 문제는 단지 미국 사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똑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최우선으로 돌보는 양육법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부모님과 교사분들께서는 “아이 마음이 상처받지 않게”라는 구호 아래 실패를 피하게 하고, 도전을 막으며, 제재보다는 공감을 선택하고 계십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아이에게 잘못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민원이 들어오고, 교실에서 생긴 다툼에도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은 교사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고, 부모님들께서도 이를 당연하게 여기시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할까요? 눈물은 많고 인내는 부족하며,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고통 회피형 인간’을 키워내고 있는 셈입니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울어도 다 받아주고, 잘못을 해도 “그럴 수 있어요”라며 품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요? 『부서지는 아이들』은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합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방임이며, 아이를 나약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아이는 불편해야 성장합니다
이 책은 결국 부모님과 교육자분들 모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아이를 보호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아이가 성숙해질 기회를 빼앗고 계신가요?”
훈육은 사랑의 반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규율과 한계는 아이에게 안전감을 줍니다. 아이에게 “이건 안 돼”라고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 부모님은, 결국 아이가 세상에서 무너질 때 잡아줄 힘마저 잃게 됩니다. 부모님께서 일일이 감정을 읽어주고, 아이가 속상하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맞춰주는 문화는 아이를 ‘귀한 손님’으로 만드는 것일 뿐, 진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실수할 기회를 주고, 책임을 지게 하며, 불편함을 감내하는 법을 가르칠 때 아이는 더욱 강해집니다. 『부서지는 아이들』은 단순히 비판을 위한 책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거울을 들이대며 아이를 위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정서 중심 양육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할 때
오늘날 우리가 겪는 교육·육아의 위기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 감정을 절대화하고 아이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할 것을 대신해주는 문화는 결코 건강하지 않습니다.
『부서지는 아이들』은 불편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우리가 미화하고 있는 ‘배려’는 때때로 무능한 양육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고통 없는 성장, 실패 없는 인생, 불편 없는 인간관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그런 세상을 보여주는 건 진짜 어른의 역할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부서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서짐은 아이의 탓이 아니라, 어른들의 방임 때문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진짜 책임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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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바람, 한 잎의 여유가 함께하길. 🍃🌼
- 청천의 에코센스라이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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